중국에서 명청시대에, '契'와 '約'의 용법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지만 '契'는 중요하고 공식적인 문서들에 많이 쓰인 것으로 보이고 '約'은 일종의 약식문서라는 느낌을 주었다. --

또 당사자 쌍방합의의 기초위에 만들어진 약정이더라도, 당시의 '契'는 문서에서 쌍방의 권리의무를 반드시 명확히 기재하진 않았고, 또 쌍방의 서명을 꼭 쓰지도 않았다. 이렇게 雙務관계를 강조하는 계약은 종종 '合同'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붙였다.

당시 대다수의 契는 만일 매매일 경우에는 賣主가 買主에게 주는 문서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내용은, 契는 賣主가 買主를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부동산의 권리를 買主에게 양도함을 표시하는 것이었고, 일부 賣主와 유사한 이가 보증을 하였다. 당시에 부동산의 귀속을 증명하는 각종 문건 중에서, 이렇게 原소유자가 쓴 문서는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분명히 契는 당사자 쌍방간에 달성한 합의의 기초위에서만 제작되는 문서였지만, 그 이면에 권리의무에 대한 기재는 종종 당사자 한쪽의 표현방식을 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contract'에 해당되는 중국어는 '契約'과 '合同'인데, 오늘날 중국의 현행 법제에서는 '合同'을 더 많이 쓴다. 이는 雙務 성격을 분명히 표시하는 '合同'과 비교할 때 중국어에서 '계약'이라는 용어가 오늘날에도 어떤 한쪽만 의무를 진다는(單務) 어감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 岸本美緖, "明淸契約文書", <明淸時期的民事審判與民間契約>(199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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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ranger 2008/07/04 0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학이라 돌아 왔구나.
    학진에서 명저 번역 프로젝트 책 중에 맥레난의 'Ancient law'가 있던데, 네가 지금 하는 프로젝트와 관련이 아주 깊은 듯. 맥퍼슨 이전에 서구 '재산권' 개념의 고전이라 소유권 논의에서는 모두 이 책을 출발점으로 하던데. 책이 별로 길지도 않고 영어도 간결명료한 듯 하던데. 그러니 신청을 한번 해 보심이 어떨런지? 난 하고 싶었는데 자격이 안 돼서 못 하겠더라. 마감이 7월 15일이던데.
    난 요즘 하는 거 없이 바빠서 여기도 정말 간만에 들어와 봤더니 네가 컴백해 있더구나.

* 조선시대에는 소유물이나 소유권에 대해 '己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내 물건'이라는 뜻으로서, '나'라는 인격과 결합된 대상은 나와 같은 것으로 본 것이다.
- 아, 그런데 지금 보니, '내 물건'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게 곧 <'나'라는 인격과 결합된 대상은 나와 같은 것으로 본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드네요(지난 번 세미나의 성과입니다. ^ ^). 즉,
1) 소유권에서 사람과 사물을 완전히 분리하여 보는 것도 한 흐름인데(서구의 주요 흐름), 이렇게 분리되었되 나라는 인격과 결합된 것으로 보는 거냐, 아니면 대상을 나와 '같은' 것으로 (일치시켜) 보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일 듯합니다.  
2) 그리고 사물을 곧 '나라는 인격'과 결합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소유대상(사물)도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즉 '소유'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모든 소유대상에 대해 다 소유자의 '인격'과 결합된다고 보는 건 아니라는 거죠.

* 조선시대 소유 관련 관용어들로는, 有, 私有, 己有가 있었다.
- 공식문서에서는 '執持'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였는데('자기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도록 꽉 쥔다'는 뜻), 이는 소유권자가 합법적으로 소유한 경우, 그리고 토지,가옥 등 부동산에 대해서만 사용하였다. 배타적인 지배가능성을 뜻하는 법률상의 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 반면 동산에 대해서는 '휴대한다'는 뜻의 '持'를 사용하였다.

* 조선시대 후기부터는 '次知'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관리,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동산,부동산에 대해 모두 사용하였다. (즉 소유하되 점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

* 執持: 사실적,구체적. 토지를 계속 가지고 있는 상황 (소유와 점유 未分)
  次知: 추상적. 지주제도 보편화, 토지거래 증가, 토지권리 가치화되는 상황.
          소유와 점유 분화.
- 집지에서 차지로의 변화는, 이용에서 가치로의 변환을 보여줌.
 
- 출처: <소유권의 역사>(윤형철, 1995, 법원사) pp.17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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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똠비 2008/02/17 1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혹시 possessive individualism (소유적 개인주의? 어떻게 번역되고 있나요?)에 관한 내용도 세미나 일정에 있나요?

  2. 장정아 2008/02/17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예, 소유적 개인주의로 번역되는데, 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sive Individualism: Hobbes to Locke(1962, Macpherson)을 그렇잖아도 예전에 읽었고요, 그 중 일부를 방금 '소유권'에도 올렸습니다. 이 책은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 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1990, 박영사)로 번역되어있습니다.
    소유적 개인주의도 사실 결국 관련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 저희는 본격적으로 그것 자체를 다루진 않고 있습니다.

  3. 장정아 2008/02/17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유권 세미나 카페 모르시던가요?
    카페주소 메일로 보내드릴께요.
    예전 세미나내용과 발제문들 올려져있고, 앞으로도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 똠비 2008/02/17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감사합니다..^^사실 맥퍼슨의 그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엄두가 안나서 어디 누가 한글로 발제해놓은 거 없나 하고 찾는 중이었답니다...ㅋㅋ

  4. rlagur 2008/02/18 0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의를 돕기 위하여 한마디 첨부하겠습니다. 조선시대에 다른 문맥에서 己가 긍정적으로, 최소한 윤리적으로 중립적으로 사용된 예는 거의 없습니다. 己에 대한 자기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극기라는 글에서 불 수 있듯이 己란 늘 제거하여야 할 사욕으로 여겨졌습니다. 기물에서의 기가 과연 인격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따져보아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5. 장정아 2008/02/19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정신없어서 못 들어왔습니다. 역시 라구르님같은 분이 계시니 저같이 역사지식이 짧은 사람들에겐 너무 도움이 됩니다.
    라구르님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기물'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나라는 인격과 결합된 대상은 나와 같은 것으로 본 것이다>라고 하는 진술은 문제가 있는 듯하네요.
    그런데 양양님과 세미나할 때 들은 이야기로는, 조선시대에 이미 사적 소유가 상당히 확립되어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런 점에서 본다면 조선시대에 대해서도 '개인주의'가 상당히 발달되어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라구르님의 말씀대로 己라는 것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면, '사적 소유의 확립' 그리고 '개인주의의 발달'과는 모순될 텐데요, 이 양자가 어떻게 공존했던 걸까요?
    매우 궁금해지네요.

   민법학상 동일물을 복수인이 지배하는 공동소유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공유, 합유, 총유이다. 이는 복수의 공동소유자가 지분을 갖는가 아닌가, 갖는다면 그것이 어떤 내용의 것인가 하는 점에서 구별된다.
  '共有'는, 다섯 명이 500만엔씩 내서 부동산을 공동으로 구입한 경우로서, 각각 5분의 1씩 지분을 갖고 있고 지분을 자유로이 처분할 자유가 있고 또 언제든지 공동소유를 그만두고 개인소유로 이행시킬 수 있다. 이렇게 공유는 주체간의 단체적 결합이 미약한 개인적인 권리이다.

반면 다섯명이 공동사업 영위를 위해 조합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사업의 필요상 주차장을 구입한 경우의 공동소유는 '合有'라고 불리운다. 이 경우 지분권을 각자 갖지만 지분처분의 자유나 분할청구의 자유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분권은 잠재적인 것이고, 조합해산 등의 경우 잔여재산 분할의 형태로 지분권을 실현하게 된다.

반면 마을공동체가 일정토지 위에 입회권을 갖고 있는 경우 ‘總有’라 한다. 여기선 구성원들은 어떤 지분권도 갖지 않고 단지 그 입회지의 수익권능만이 각 마을주민에게 분석되어있다. 따라서 각 공동소유자의 권리는 단순한 수익권에 그치게 된다. 이런 수익권능을 외부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물론 불가능하다.

즉 공유에선 명확하게 지분이 존재하지만, 합유에선 지분권이 잠재화되고, 총유에선 지분권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 출처: <'소유권'의 탄생>(가또마사노부(加蕂雅信, 2005, 법우사) pp.1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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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lagur 2008/02/21 0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경우는 어디에 속하나요. 어떤 마을에서 공동의 세역에 대응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토지를 구매하여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소출을 세로 납부하는 경우.

   입회권이란, 산림,원야 등의 일정한 지역의 주민들(‘입회집단’)이 공동의 수익(잡초, 동물용 출, 땔감용 잡목 채집 등)을 행하는 관습법상의 권리.
   일본 민법에선 불과 2개의 조문이 있을 뿐, 그리고 그 조문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각 지방의 관습에 따른다’고 되어있고 실질적 법규범의 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한국 민법에는 302조의 특수지역권이 이와 유사하다).

입회를 둘러싼 일본의 민법전 규정은, 입회권 내용은 각 지방의 관습에 의하되 여기에 추가하여 제한물권으로서 지역권의 규정이 준용되는 입회권(민법294조)과, 입회권자 자신이 소유권을 갖는 공유의 성질을 가지는 입회권(민법263조)의 두 가지가 있다.

지역권이란, 타인의 토지를 통행,인수,기타를 위해 이용하는 권리이다. 즉 294조의 규정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타인의 토지를 입회권자가 이용하기 위한 규정이다. 263조는 복수의 권리자가 산림,원야 등을 소유한 다음, 입회로서의 공동수익을 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딘은 ‘공공지의 비극’에서, 입회지 등은 과대이용에 의해 고갈된다고 주장하였지만, 전통적 입회에서는 과대 이용을 막기 위한 공동체적 규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입회권은 마을공동체의 존속과 표리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사적 소유권의 확립은 이러한 공동체의 해체와 결부되어있다.  

- 출처: <'소유권'의 탄생>(가또마사노부(加蕂雅信, 2005, 법우사) pp.125-168
(필자는 소유와 비소유의 중간 형태의 흥미로운 권리 개념으로서 입회권을 소개하고 있다.)
 
 

===================
< 한국 민법의 '특수지역권' >

* 특수지역권이란 어느 지역의 주민이 집합체의 관계로 각자가 타인의 토지에 초목,야생물 및 토사의 채취,방목 기타의 수익을 하는 권리를 말한다(민법 제302조). 이를 총유적 토지이용권 또는 특수토지수익권, 입회권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특수지역권은 토지수익권으로서 제한물권이며 인역권의 일종이다.

* 이러한 토지수익권은 목적토지의 소유권이 (1) 수익을 하는 어느 지역의 주민 전체의 총유에 속하는 형태와 (2) 일정 지역의 주민의 총유에 속하지 않고 타인(국가 기타 공,사법인 및 개인 등)의 소유에 속하는 형태로 나누어진다.

(1)은 토지의 총유로 민법의 총유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며 (2)는 지역권을 적용하면 되지만 실질적으로 준총유에 귀속하므로 마찬가지로 총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여지가 크다(민법 제278조). 다만 민법의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으면 관습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민법 제30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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