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가 겹쳐있는 몰(mall)은 왜 <이상적인 거리의 집합, 꿈의 도시>로 이야기되는 걸까요?
이론적인 족보는 모릅니다만, 그저 제가 홍콩에 있을 때 했던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 때 저는 중국 본토에서 오려는 사람들을 현지조사하며 내내 스스로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왜 이들은 여기 와서 그토록 비좁고 비참한 방에서 살면서도 행복하다고 하는가,
왜 이들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홍콩의 번화가와 바닷가에서 돌아다닐 때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하는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객관적인' 이유들 말고도요)
제가 오래 있으면서 그들과 많이 동화가 되며 느낀 것 한 가지는,
홍콩의 매력은, (그리고 아마 많은 도시의 매력은)
내가 '소유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내가 그것을 '누리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몸을 뉠 곳은 비좁은 뒷골목 방이지만,
나는 언제든지 뛰쳐나와서 황홀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몰이 꿈의 도시인 이유가 혹시 이런 것과 관련이 되나요?
아니면 전혀 다른 '구조'의 문제인가요?
어쨌든 저 자신은 도시의 북적거림 속에서 분명 '흥분'을 느낍니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바닷가나 산이 아닌, 도시의 뒷골목과 시장을 다닐 때 가슴이 뛰고요.
4대강이니 대운하니 하는, 한 지도자의 오래된 '아집'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과,
을씨년스럽게 버려질 수도 있지만 또 한동안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킬 몰의 건설을 똑같이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러면 오히려, 설명되어야 할 그 사람들의 '흥분'은 묻혀져버리는 것 아닐까요?
<엄청난 규모의 파괴와 비효율적인 결과>라는 묘사는 본의아니게 많은 부분을 사상해버리는 것 아닐까요?
이 글은, 아케이드님 본인도 반둥의 거리에 느끼는 '매혹'과 어떻게 연관이 되나요?
물론, 서울역을 비롯하여 사방에 생겨나는 그 수많은 판박이 쇼핑몰들이 얼마나 천박하고 웃긴지를 모르는 바 아니며, 결국 그런 판박이 경쟁 속에서 서로를 죽이게 될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코엑스쇼핑몰과 명동을 돌아보며 제 홍콩 친구가, 정말 한국은 24시간 너무나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곳같다며 흥분하던 것은 또 사실입니다.
물론 고전적인 진부한 설명틀이 또 생각납니다: 예를 들어 타임스 스퀘어를 비롯해어 유명 도시들의 유명한 장소들은 단지 아케이드나 몰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미'를 가진다는.
그러나 아케이드님의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틀에서는 아마 이런 식의 진부한 구조(- 즉 '인간의 활동 = 의미' vs. '인간의 활동이 들어가지 않은 장소 자체 (또는 인간의 활동을 배제한 채 똑같이 복제되는 장소들) = 무의미(=죽어있음)')를 넘어 다른 이야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케이드님의 '비인간행위자' 틀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흥분'은 어떻게 처리되는 건가요?
또, 아케이드님의 틀에서는 그런 <도시의 북적거림과 웅성댐>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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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도시의 접힘과 펼쳐짐
Tracked from 나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2009/10/08 16:38 삭제도시정글, 자카르타 베짝, 바자이, 앙콧, 트랜스 자카르타. 오토바이. 이들은 도시정글을 누비는 탈 것들이다. 도시공간은 주름져있다. 그것은 온갖 것들에 의해 접히고 그 접힘을 공간을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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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 와닿네요. '비인간 행위자' 틀에서 '감정'의 지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타임스퀘어의 소문을 듣고 어제 언니랑 구경을 갔었는데요, 2시간도 채 안 되어서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울 언니가 그랬답니다. 기분전환하려고 나왔는데, 자본의 힘에 눌려서 간다고. 제가 한 마디 덧붙였죠. 정말 돈이 없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체력이 딸려서 그 힘을 상대할 수 없다고요. 공간을 즐기려면, 그러니까 자기 장소로 만들려면 걸어다니면서 접수가 되어야 하는데, 타임스퀘어는 그러기에는 너무 커요. 여유로운 공간 배치 때문에 흥분보다는 차가운 세련됨이 느껴지는 곳이라고나 할까...
타임스퀘어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집에서 멀지 않은데.
트랙백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만, 제가 4대강 : 대형몰을 나란히 놓은 이유는, 시대착오적? 국가주도형 토건국가론(사실 토건국가론자체가 지진국가론 만큼이나 흥미롭고도 위험한 담론이죠)에 대해서는 "말"이 쌓여가지만, 도심재개발에 의한 대형몰의 건설에 대해선 "말들"이 미끄러져가는 상황에 대해 의아하다는 뉘앙스였습니다. 당연히 전 2009년 한국의 <배치> 혹은 <장치>로서 꿈의 도시인 겹쳐진 아케이드가 그 비효율과 파괴의 크기만치 강렬한 열광과 설레임을 만들어내내고 있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기획에서 대형 몰이 머지않아 썰렁한 실패작으로 버려지게 될지 안될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벤야민도 파리 아케이드의 몰락 후에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며, 푸코가 분석한 판놉티콘이 벤담의 설계대로 실현된 예는 거의 없었죠. 그것들은 <추상기계>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