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그야말로 쉬어가기 코너에 맞게 가벼운 얘기 하나.
어제 택시에서 있었던 기사와의 대화.
나: 숭례문 불난 다음엔 지나가보셨어요?
기사: 지나가봤죠.
나: 가까이 가서 보면 진짜 속이 쓰리고 그래요?
("아,그럼요,그거 진짜 나쁜놈이예요" 류의 말을 예상하며)
기사: (잠시 침묵 후) 뭐.. 속이 쓰린 사람도 있겠죠. 하나같이 다 그렇지야 않겠죠.
나: (웃으며) 예...
기사: 어쨌든 그 불지른 사람이 생각하게 해준 게 있는 거죠. 문화재가 뭔지 평생 생각 한번 안해본 사람들한테도 한번 실컷 문화재니 뭐니 얘기 들어보게 해주고.
나: (감탄하며) 예, 하긴 그렇네요.
기사: 세상이 다 그런 거예요. 깨끗하고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안되고, 나쁜 짓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야 또 사람들이 생각도 해보게 되고 먹고 살기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나: 예, 정말 맞는 말씀이예요.
기사: 보통때 이렇게 차가 막히면 짜증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 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하죠? 근데 설연휴 때 차 진짜 안 막히고 좋을 것같죠? 우리 택시는 손님이 없어서 또 힘들어요. 세상이 그런 거라니까요. 사람들 없으면 좋을 것같아도, 사실 사람들 없으면 또 힘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야 되요.
나: 와, 진짜 좋은 말씀만 하시네요.
어찌 생각하면 뻔한 말같지만 요즘의 저에겐 특별하게 다가온 기분좋은 대화였습니다.
그래서 내릴 때 장장 500원의 잔돈을 제가 안 받았습니다.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들어서요"라고 하면서.
* 사족.
그 후 이어진 대화.
기사: 내가 예전에 개인운전기사를 했었거든요. 그 집이 진짜 돈이 많은 집이었어요. 그런 집은 딸을 돈많은 남자한테 안 보내요. 좀 떨어지는 집 남자(대신 좀 똑똑한)랑 결혼시켜서 자기 맘대로 할려고 하지. 근데 그 남자 보면, 저러구 살면 뭐하나 싶더라구.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집 딸은 나한테 몇 천원씩 밥값하라고 쥐어주기도 하는데, 사위는 글쎄 토큰을 열 개씩 사서 들고 다니더라구. 아니 돈많은 집 들어가서 그러구 살면 뭐해? 내가 낫지.
나: 예,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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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오랜만에 내공 있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연 거 알았는데, 며칠 제대로 못 들어온 사이에 엄청난 글들과 댓글들이 달렸군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읽고 댓글 달아야하는지 모르곘어서, 그냥 여기서부터 인사 드립니다. 나머지는 시간 날 때 또 와서 볼께요.
블로그 개설 축하드리고, 종종 놀러올께요.
제 블로그는 잘 있는지 원..
와주셔서 감사. 옮겨가신 생활은 어떤지. 저도 이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으니, 가까이 있으면서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일본어공부에라도 나가보려 하니 그렇게라도 얼굴볼 수 있겠죠.